글씨 쓰기, 스마트폰 사용, 요리하기, 악기 연주까지… 우리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에 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프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해서 잘 쥐어지지 않는다면?
손마디 통증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으며, "혹시 나도 관절염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안겨줍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손마디 통증의 다양한 원인, 특히 가장 흔한 관절염의 종류별 특징과 관리법, 그리고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손마디 통증이란? (어느 부위가 아픈가요?)
손마디 통증은 말 그대로 손가락을 구성하는 관절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의미합니다. 우리 손가락에는 여러 개의 관절이 있습니다.
- 원위지관절 (DIP joint): 손톱에 가장 가까운 끝마디 관절
- 근위지관절 (PIP joint): 손가락 중간 마디 관절
- 중수지관절 (MCP joint):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분의 관절 (주먹 쥐었을 때 튀어나오는 부분)
통증은 이 중 특정 관절에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관절에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쪽 손에만 나타나거나 양손에 대칭적으로 나타나는 등 그 양상도 다양합니다.
뻣뻣함, 붓기 동반? 손마디 통증의 특징들
손마디 통증은 단순히 아픈 느낌 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특징과 동반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원인 질환을 감별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통증의 양상: 욱신거리는 통증, 쑤시는 통증, 찌릿하거나 날카로운 통증, 관절을 움직일 때 심해지는 통증, 가만히 있어도 아픈 통증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 뻣뻣함 (경직):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이 뻣뻣해서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거나 움직이기 힘든 증상(아침 경직, Morning stiffness)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예: 30분 미만 vs 1시간 이상) 활동을 시작하면 점차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부기 (종창): 손마디 관절 주변이 부어 통통해 보이거나 커져 보일 수 있습니다. 만졌을 때 물렁한 느낌일 수도 있고, 뼈가 튀어나온 것처럼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열감 및 붉어짐 (발적): 관절 부위에 염증이 심할 경우 만졌을 때 따끈따끈한 열감이 느껴지거나 피부가 붉게 변할 수 있습니다.
- 운동 범위 감소: 손가락을 완전히 구부리거나 펴기 어려워집니다.
- 관절 변형 및 결절: 만성적인 증상이 진행되면 관절 모양 자체가 변형되거나, 뼈가 덧자라 울퉁불퉁한 덩어리(결절)가 만져지기도 합니다.
- 헤베르덴 결절 (Heberden's nodes): 손가락 끝마디(DIP) 관절에 생기는 뼈 돌출 (주로 퇴행성)
- 부샤르 결절 (Bouchard's nodes): 손가락 중간마디(PIP) 관절에 생기는 뼈 돌출 (주로 퇴행성)
- 백조목 변형, 단춧구멍 변형: 류머티스 에서 나타날 수 있는 손가락 변형
- 악력 감소: 물건을 쥐는 힘이 약해집니다.
손마디 통증의 대표 원인, 관절염 (퇴행성 vs 류머티스)
손마디 통증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관절염입니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손가락에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는 퇴행성과 류머티스 입니다. 이 둘은 원인과 특징, 치료법이 다르므로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퇴행성 (Osteoarthritis, 골관절염)
- 원인: 나이가 들면서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거나 손상되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이나 외상 경험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입니다.
- 특징:
- 주로 침범되는 부위: 손가락 끝마디(DIP), 중간마디(PIP), 엄지손가락 뿌리 부분(수근중수관절). 주로 비대칭적으로 발생(한쪽 손이 더 심함). 주먹 쥐는 관절(MCP)은 잘 침범하지 않음.
- 통증 양상: 주로 손을 사용한 후에 통증이 심해지고, 쉬면 호전되는 경향. 쑤시거나 욱신거림.
- 아침 경직: 있더라도 보통 30분 이내로 짧게 나타남.
- 결절: 손가락 끝마디(헤베르덴 결절)나 중간마디(부샤르 결절)에 뼈가 튀어나오는 변형이 생길 수 있음.
- 염증 소견: 붓기나 열감 등 염증 소견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음.
2. 류마티스 (Rheumatoid Arthritis, RA)
- 원인: 면역 체계 이상으로 자신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합니다.
- 특징:
- 주로 침범되는 부위: 손가락 중간마디(PIP), 주먹 쥐는 관절(MCP), 손목 관절. 주로 양손에 대칭적으로 발생. 손가락 끝마디(DIP)는 잘 침범하지 않음.
- 통증 양상: 염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쉬어도 아프고 움직이면 더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음.
- 아침 경직: 1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아침 경직이 매우 특징적임.
- 염증 소견: 관절이 붓고, 만지면 따뜻한 열감이 느껴지거나 붉어짐.
- 전신 증상: 피로감, 미열, 체중 감소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음.
- 관절 변형: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관절 파괴 및 변형(백조목 변형 등)을 초래할 수 있음.
- 전문 진료 필수: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의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함.
관절염 외 다른 원인은 없을까? (통풍, 건초염 등)
다음과 같은 다양한 원인들이 손마디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통풍 (Gout):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져 생성된 요산 결정이 관절(특히 엄지발가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드물지만 손가락 관절에도 급성 통풍 발작이 발생하여 극심한 통증, 부기, 발적, 열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건선성 (Psoriatic Arthritis): 피부 질환인 건선 환자의 일부에서 발생하는 관절염입니다. 손가락 끝마디(DIP) 관절을 잘 침범하며, 손가락 전체가 소시지처럼 붓거나, 손발톱 변화(함몰, 변색, 들뜸 등)가 동반될 수 있습니다.
- 반응성 (Reactive Arthritis): 다른 부위(장, 비뇨생식기 등)의 감염 후에 발생하는 관절염입니다.
- 감염성 (Septic Arthritis): 관절 안에 세균이 직접 침투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극심한 통증, 부기, 발적, 열감과 함께 전신 발열이 동반될 수 있으며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 건초염 (Tenosynovitis) / 방아쇠 수지 (Trigger Finger): 손가락 힘줄이나 힘줄을 싸고 있는 막(건초)에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특정 마디에서 '딸깍' 하고 걸리는 느낌(방아쇠 수지)이 들 수 있습니다. 통증이 관절 부근에서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외상 (Trauma): 손가락 관절의 염좌(삠), 탈구, 골절 등으로 인해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마디 통증,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할까?
손마디 통증의 관리 및 치료는 정확한 원인 진단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통증이 지속되거나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의사(정형외과, 류머티스 내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등)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 진단: 의사는 자세한 문진(증상, 병력, 가족력 등)과 신체 검진(관절 상태 평가)을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혈액 검사(염증 수치, 류마티스 인자, 항 CCP 항체, 요산 수치 등), X-선 촬영(뼈/관절 간격 변화 확인), 관절 초음파 또는 MRI 등의 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합니다.
- 자가 관리 및 생활 습관 개선: (원인 진단 후 의사의 지도 하에)
- 휴식과 활동 조절: 통증이 심할 때는 해당 관절 사용을 줄이고 휴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관절이 굳을 수 있으므로, 통증이 가라앉으면 부드러운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관절 가동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온찜질 / 냉찜질: 온찜질(따뜻한 물수건, 파라핀욕 등)은 만성적인 통증과 뻣뻣함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냉찜질(얼음주머니 등)은 관절이 붓고 열감이 있는 급성 염증 상태에 통증과 부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거나 의사와 상의하세요.
- 손가락 운동 및 스트레칭: 관절 유연성을 유지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 주먹 쥐었다 펴기, 손가락 벌렸다 오므리기, 손가락 마디 부드럽게 구부렸다 펴기 등)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보조 기구 활용: 병뚜껑 따개, 두꺼운 손잡이의 필기구, 지퍼 고리 등 생활 보조 도구를 사용하면 손가락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체중 관리: 과체중은 전신 관절에 부담을 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 건강한 식단: 특정 음식이 증상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항염증 효과가 있는 식품(등 푸른 생선, 견과류, 채소, 과일 등) 위주의 균형 잡힌 식단은 염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약물 치료:
-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은 통증 완화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바르는 파스나 겔 형태의 진통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NSAIDs):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은 통증과 염증을 함께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먹는 약 외에 바르는 형태도 있습니다. 단, 위장 장애, 신장/심장 부담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의사/약사와 상의 후 필요한 기간 동안 최소 유효 용량을 사용해야 합니다.
- 질병 특이 약물:
- 류머티스: 항류마티스 약제(DMARDs - 메토트렉세이트 등), 생물학적 제제 등 염증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전문 치료가 필요합니다. (류마티스 내과 진료)
- 통풍: 급성 발작 시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콜히친, NSAIDs, 스테로이드)과 함께, 장기적으로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 등)을 복용해야 합니다.
- 기타 치료:
- 물리 치료 / 작업 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절 운동, 근력 강화, 관절 보호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필요시 부목(스플린트)을 착용하기도 합니다.
- 주사 치료: 심한 염증이 있는 관절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직접 놓아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사용 횟수 제한적)
- 수술: 약물이나 다른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통증이나 관절 변형이 있을 때, 관절 고정술이나 인공 관절 치환술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관절 수술은 흔하지는 않음)
손마디 통증 관련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아침에 일어날 때 손가락이 뻣뻣해요. 관절염인가요?
A: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한 증상(아침 경직)은 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뻣뻣함이 30분 이내에 풀린다면 퇴행성일 가능성이 높고,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류마티스을 더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2: 퇴행성과 류마티스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원인입니다. 퇴행성은 노화나 과사용으로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마모성' 질환인 반면, 류마티스은 면역 체계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성 염증' 질환입니다. 주로 발생하는 관절 부위(퇴행성: 손끝/중간 마디, 류마티스: 주먹/중간 마디, 손목), 대칭성 여부, 아침 경직 지속 시간, 전신 증상 유무 등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Q3: 날씨가 궂으면 손마디가 더 쑤시고 아파요. 정말 관련이 있나요?
A: 많은 환자들이 날씨 변화(특히 기압이 낮아지거나 습도가 높아질 때, 추울 때)에 따라 통증이 심해진다고 느낍니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압 변화가 관절 내 압력에 영향을 주거나, 습도나 온도가 신경 종말을 자극하거나, 혹은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들이 있습니다.
Q4: 손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 관절염이 더 빨리 올 수 있나요?
A: 특정 관절에 반복적인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직업이나 활동은 해당 관절의 퇴행성 발생 위험을 높이거나 진행을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류마티스은 자가면역 질환이므로 손 사용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손을 많이 쓴다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관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손마디 통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관절염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입니다. 통증이 시작되었다면 "나이 탓이겠지" 혹은 "좀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침에 뻣뻣함이 오래가거나, 관절이 붓고 열감이 있다면 류마티스 등 염증성 관절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꼭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관절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며 활기찬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손마디 통증으로 불편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손으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세요! 이 정보가 유용했다면 주변 분들과 공유해 주세요. (단, 본 내용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